좋은시와글

막지막/사랑의 추억

시나브로a 2009. 7. 12. 03:57


        마지막 섹스의 추억 - 최영미


        아침상 오른 굴비 한 마리
        발르다 나는 보았네
        마침내 드러난 육신의 비밀
        파헤쳐진 오장육부, 산산이 부서진 살점들
        진실이란 이런 것인가
        한꺼플 벗기면 뼈와 살로만 수습돼
        그날 밤 음부처럼 무섭도록 단순해지는 사연
        죽은 살 찟으며 나는 알았네
        상처도 산 자만이 걸치는 옷
        더 이상 아프지 않겠다는 약속


        그런 사랑 여러번 했네
        찬란한 비늘, 겹겹이 구름 걷히자
        우수수 쏟아지던 아침햇살
        그 투명함에 놀라 껍질 째 오그라들던 너와 나
        누가 먼저 없이, 주섬주섬 온몸에
        차가운 비늘을 꽂았지
        살아서 팔딱이던 말들
        살아서 고프던 몸짓
        모두 잃고 나는 씹었네
        입안 가득 고여오는
        마지막 섹스의 추억

        낭 송 : 유현서
        그 림 : Egon Schiele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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