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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내에게/바치는/노래

시나브로a 2009. 7. 21. 11:33

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*

       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/ 하수영
        
        1 * ♬
        젖은 손이 애처로워 살며시 잡아본 순간
        거칠어진 손마디가 너무나도 안타까웠소
        시린 손끝에 뜨거운 정성
        고이 접어 다져온 이 행복
        여민 옷깃에 스미는 바람 땀방울로 
        씻어온 나날들
        나는 다시 태어나도 
        당신만을 사랑하리라.
        
        2 * ♬
        미운 투정 고운 투정 말없이 웃어넘기고
        거울 처럼 마주보며 살아온 꿈같은 세월
        가는 세월에 고은 얼굴은 
        잔주름이 하나 둘늘어도
        내가 아니면 누가 살피랴 나하나만 
        믿어온 당싱을
        나는 다시 태어나도 
        당신만을 사랑 하리라.
        







      바겐 세일
      
      ˝여보, 오늘 백화점에서 옷을 하나 봐둔 게 있는데 
      너무 맘에 드는 거 있지 . . .˝
      저녁상을 물리고 설거지를 하던 아내는 느닷없이 옷 
      이야기를 꺼냈다.˝정말 괜찮더라. 세일이 내일까진데..˝ 
      이렇게 말끝을 흐리는 
      아내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짙게 배어 있었다. 
      지금까지 쥐꼬리 월급으로 살림을 잘 꾸려온 아내였지만 
      힘들게 야근까지 해가며 애를 쓰는 남편 생각을 한다면 
      철없이 백화점 옷 얘기를 
      그렇게 해도 되는건지 점점 야속한 마음이 들었다. 
      설거지를 끝내고 TV앞에 앉아서도, ˝조금 비싸긴 
      하지만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은데... 안 되겠지?˝ 
      ˝이 여자가 정말... 지금 우리가 백화점 옷 사입을 
      때야?˝계속되는 옷타령에 남편은 결국 버럭 소리를 
      지르고 말았다. 
      흠칫 놀란 아내는 대꾸도 없이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. 
      잠시동안 침묵이 흘렀고 조금 민망해진 남편은 
      더 이상 TV앞에 앉아 있기가 불편해 
      방으로 들어와 버렸다. 
      "그만한 일로 소리를 지르다니..." 
      남편이 되어가지고 겨우 옷 한 벌 때문에 
      아내에게 화를 내었다는 게 창피스러워졌다. 
      그러고 보니 몇 년째 변변한 옷 한 벌 못 사입고 적은
      월급을 쪼개 적금이랑 주택부금이랑 붓고 있는 아내가 
      아니던가. 
      
      잠자리에 들 시간이 자났는데도 꼼짝을 않는 아내가 
      걱정이 돼 거실에 나가보니 소파에 몸을 웅크리고 잠이 
      들었다.  울다가 잤는지 눈이 부어있었다. 
      다음날, 아내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아침상을 차리고 
      있었다. 
      자분자분 이야기를 못하는 성격이라 그런 아내를 보고도 
      남편은 따뜻한 말 한마디 꺼내기가 쉽지 않았다. 
      그저 현관문을 나서면서 이렇게 툭 던질 뿐. 
      ˝그 옷 그렇게 맘에 들면 사 . . .˝ 
      그러면서 속으로는 ′며칠 더 야근하지 뭐..′ 
      그날 저녁 여느 때와 같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엘 들어
      서는데, 아내가 현관 앞까지 뛰어와 호들갑을 떨었다.
      ˝여보 빨리 들어와 봐요.˝ 
      ˝왜, 왜 이래?˝ 
      아내는 남편의 팔을 잡아 끌고 방으로 데려가더니, 
      부랴부랴 외투를 벗기는 것이었다. 그리고는 쇼핑백에서 
      옷을 꺼내 남편의 뒤로 가 팔을 끼우는 게 아닌가. 
      "어머, 딱 맞네! 색깔도 딱 맞고..." 
      "........." 
      "역시 우리 신랑, 옷걸이 하나는 죽인다." 
      "당신, 정말..." 
      "당신 자켓 벌써 몇 년째잖아." 아내는 이렇게 말하면서 
      고개를 돌리더니 주루룩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다. 
      "언제나 나는 철이 들까..."
      = 옮긴 글 =
      



    아내에게 바치는노래



    
    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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